Muni

석사 2년 동안 주제를 두 번 갈아엎고 배운 것

저는규현입니다

@wjsrbgus04

조회수 9
댓글 0
1시간 전

지난달에 석사 학위논문 심사를 통과했습니다. 2년 동안 주제를 두 번 바꿨고 마지막 주제로 실제 실험을 한 기간은 8개월밖에 안 됩니다. 후배들에게 "이렇게 하지 마라"고 말해주고 싶은 게 몇 개 있어서 남깁니다. 자랑이 아니라 기록입니다.

첫 번째 엎었을 때 (입학 후 7개월)

선행연구를 제대로 안 읽고 시작했습니다. 정확히는 읽었는데 "읽었다"와 "이 분야가 어디까지 왔는지 안다"가 다르다는 걸 몰랐습니다. 반년쯤 지나서 거의 같은 셋업의 논문이 나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. 제가 하려던 게 이미 3년 전에 더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.

배운 것: 서베이 논문 한 편을 요약하는 게 개별 논문 20편을 훑는 것보다 낫습니다. 그리고 그 분야 최신 학회 proceedings 목차를 한 번 쭉 넘겨보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. 그 두 시간을 안 써서 반년을 썼습니다.

두 번째 엎었을 때 (입학 후 14개월)

이번엔 주제 자체는 괜찮았는데 제가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. 협력기관에서 받기로 했던 데이터가 계약 문제로 막혔고 대체 데이터셋으로는 원래 세운 가설을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.

배운 것: 주제를 잡을 때 "내가 이걸 실제로 할 수 있는가"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. 필요한 장비, 데이터, 계산 자원, 그리고 소요 시간. 지도교수님은 큰 그림을 주시지만 실행 가능성 확인은 결국 본인 몫입니다. 지금 같으면 주제 확정 전에 "최소한의 예비 실험"을 2주 안에 돌려보고 결정하겠습니다.

지금이라면 다르게 할 것

1. 3개월마다 "지금 멈추면 뭐가 남는가"를 적어본다
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는 대체로 일찍 옵니다. 다만 그동안 쏟은 시간이 아까워서 못 놓습니다. 저도 첫 번째 주제를 두 달은 더 붙들고 있었습니다. 그 두 달은 그냥 버린 시간입니다.

2. 실패한 것도 결과물로 만든다
엎어버린 두 주제에서 나온 코드와 예비 데이터를 전부 버렸습니다. 나중에 보니 첫 번째 주제의 분석 파이프라인은 최종 논문에서도 쓸 수 있는 거였습니다. 정리해두지 않아서 다시 짰습니다.

3. 지도교수님께 나쁜 소식을 빨리 말한다
이게 제일 어려웠습니다. 안 되고 있다는 걸 보고하기가 싫어서 미팅 때 애매하게 넘어간 적이 많습니다. 결국 나중에 더 크게 터집니다. 두 번째 주제를 엎을 때는 문제를 발견하고 일주일 안에 말씀드렸는데, 그때 대안을 같이 찾아주셔서 훨씬 빨리 정리됐습니다.

그래도 남는 질문

"두 번 엎은 건 실패인가"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. 결과적으로 최종 주제는 앞의 두 번을 거치지 않았으면 못 잡았을 겁니다. 다만 그 과정이 꼭 20개월이어야 했느냐고 물으면,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

박사 진학하신 분들은 이런 시행착오가 어느 시점에 줄어들던가요? 아니면 스케일만 커지고 계속 반복되는 건지 궁금합니다.

댓글 0
?
아직 댓글이 없어요
가장 먼저 의견을 남겨보세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