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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입 대학원생 온보딩 문서, 저희 랩은 이렇게 굴립니다

저는규현입니다

@wjsrbgus0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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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시간 전

박사과정 5년차, 랩 살림을 맡으면서 제일 먼저 손댄 게 온보딩이었습니다. 매년 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선배들이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그마저도 사람마다 달라서 3개월쯤 지나면 다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더군요. 2년 굴려보고 정착된 형태를 공유합니다.

문제는 "물어보기 어려운 것들"이었습니다

돌이켜보면 신입이 헤매는 건 연구 내용이 아니었습니다. 대부분 이런 것들입니다.

  • 장비 예약은 어디서 하나, 고장 나면 누구한테 말하나
  • 시약 주문은 어떤 절차인가, 얼마까지 내 재량인가
  • 미팅 자료는 언제까지 올려야 하나
  • 교수님께 메일 드릴 때 어디까지 보고하는 게 맞나

전부 "선배한테 물어보면 되는" 것들이지만 신입 입장에서는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. 그래서 세 번쯤 헤매고 나서야 묻습니다.

지금 쓰는 구조

랩 위키에 문서 다섯 개로 정리했습니다. 더 늘리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.

1. 첫 2주 체크리스트
계정 발급, 안전교육 이수, 출입권한, 실험복·보호구 수령, 공용 캘린더 초대, 노트 계정 생성. 체크박스로 만들어두고 담당 선배 한 명을 지정합니다. 이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문서에 맡긴 게 핵심입니다.

2. 장비 매뉴얼 인덱스
장비별로 담당자, 예약 방법, 사용 전 확인사항, 사고 시 연락처. 상세 매뉴얼은 장비 옆에 붙여두고 위키에는 "어디에 있는지"만 적습니다. 위키에 전문을 옮기면 업데이트가 안 됩니다.

3. 행정 절차 모음
구매, 출장, 학회 등록비, 논문 게재료. 각각 어떤 양식으로 누구 결재를 받는지, 과제 번호는 어디서 확인하는지.

4. 랩 운영 규칙
코어타임, 미팅 일정과 자료 제출 기한, 휴가 공유 방식, 공용 공간 정리 당번. 명문화해두면 애매하게 눈치 보는 일이 줄어듭니다.

5. 읽을거리 리스트
우리 랩 주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논문 10편과 선배들 학위논문. 순서를 정해두면 첫 달에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간이 사라집니다.

유지되게 만든 장치

문서는 만드는 것보다 썩지 않게 하는 게 어렵습니다. 저희가 쓰는 방법은 하나입니다. 새로 들어온 사람이 문서를 고친다. 온보딩 받으면서 틀렸거나 빠진 부분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수정하고 마지막 주에 "뭐가 부족했는지" 짧게 공유하게 합니다. 이걸 온보딩의 마지막 과제로 못 박아두니 문서가 저절로 갱신됩니다.

부작용도 있었습니다

문서가 있으니 선배들이 아예 말을 안 거는 시기가 있었습니다. "위키 보면 돼"로 끝내버리는 거죠. 문서는 반복 설명을 없애려고 만든 거지 대화를 없애려고 만든 게 아니어서 지금은 첫 달에 주 1회 30분 티타임을 따로 둡니다.

다른 랩은 온보딩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. 특히 실험 랩이 아니라 이론·계산 쪽은 구조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공유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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